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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정 외면 무조건 와라…속박당하는 기분"

법원이 저조한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배심원 소환 규정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배심원 제도에 대한 효율성은 논란이 많다. 무리한 소환 과정, 선정 절차 지체로 인한 불편, 판결의 공정성 확보, 법원의 행정 문제 등은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김창준(40·사이프리스)씨는 배심원 예비 명단에 포함돼 4일간 법원을 오간 적이 있다. 결국, 배심원단에 포함도 안 되고 시간만 허비했다. 김씨는 “저소득층은 ‘생계 곤란’으로 제외 요청이라도 해보지만 법원은 나같은 중산층에게는 아예 요청조차 받아주지 않는다"며 “생업이 있는 개인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소환만 강제하니까 마치 속박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YouGov)는 배심원 제도에 대한 견해를 조사(1000명·오차범위 ±4%)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시민 10명 중 7명(66%)은 소환 편지를 받아 법원에 불려간 적이 있다. 이중 40%만 실제로 차출됐다. ‘다음번에 또다시 소환 편지를 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55%는 “제외되고 싶다” “제외 요청은 안 하겠지만 선정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배심원 소환은 부담이 큰 셈이다. 배심원 재판의 공정성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영주(가명)씨는 “민사 소송을 한 적이 있는데 배심원 재판에서 패소한 뒤 항소심을 요청해 판결을 뒤집은 경험이 있다”며 “법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에게 판결을 맡긴다는 게 쉽지 않고 배심원은 자칫 감정에 의한 결론을 낼 수 있기에 제도의 합리성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배심원 제도를 두고 ▶장시간 소요 ▶재판시 배심원에 과도한 권한 부여 ▶배심원단의 법률 지식 부족 및 법 해석과 적용시 입법 취지가 왜곡될 우려 ▶배심원단 구성시 중립성과 다양성 확보의 어려움 ▶구술 변론에 의존 또는 감정에 의한 판결 우려 등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지난해 4월 하나의 살인 사건을 두고 20여 년 넘게 파기환송을 거듭하며 여섯 차례나 배심원 재판을 받은 흑인 커티스 플라워스(49)의 사례는 이 제도의 맹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본지 2019년 4월4일자 A-4면> 당시 백인 위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플라워스에게 유죄를, 흑인이 많이 포함된 배심원단은 심리무효 평결을 내리면서 배심원단 구성에 따라 결과가 갈리자 논란이 됐다. 형법 전문 김기준 변호사는 "검사나 변호사나 서로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입맛에 맞는 배심원을 선정하려는 건 당연하다”며 “하지만 가주 법원에서는 특정 이유가 없어도 배심원을 제외할 수 있는데 대신 그 기회는 10회, 종신형 판결이 내려질 수 있는 재판은 25회로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배심원 제도는 수정헌법 제7조에 따라 누구나 배심원에 의해 심리를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소송시 판사 재판(bench trial)과 배심원 재판(jury trial)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배심원은 형사 재판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grand jury)과 유무죄만 판단하는 소배심(petit jury)으로 나뉜다. 법원에서 배심원은 ‘사실 판단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Trier of Fact’ 또는 'Finder of Fact’로도 불린다. 제도적 논란은 많지만 그럼에도 배심원 의무는 ‘투표권’과 함께 시민만이 갖는 권리다. 소환되면 연기 요청이나 제외를 고민하기보다 재빨리 대처하는 게 속 편하다. 일단 소환 편지를 받으면 법원에 출석하는 게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20-01-30

배심원 제도의 양면 (2) 저조한 소환율: ‘노란 편지’ 무시했다간 벌금 또는 구치소 5일

법원의 배심원 소환 규정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저조한 참여도가 원인이다. 법원은 벌금 통지서 발송, 제외 요청 기각, 전과자 배심원 선정까지 배심원 소환을 강제해서라도 출석률을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본지 1월29일자 A-1면> 우선 배심원 소환 규정을 위반할 경우 처벌 대상으로 간주한다. 배심원 소환 편지는 법원의 ‘공식 문서’이기 때문이다. 가주 민사 소송법(CCCP·1218)에 따르면 시민이 배심원 소환에 응하지 않을 시 법정 모욕(contempt of court)에 해당한다. LA카운티의 경우 배심원 소환 규정 위반시 최대 1500달러의 벌금 부과 또는 5일간 LA카운티구치소에 수감될 수 있다. 데이브 노 변호사는 “한인들의 경우 배심원 소환 편지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규정이 까다로워져서 두 번째 출석 요구서 발송시 경고 문구와 함께 벌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단 소환 편지를 받으면 법적으로 반드시 응해야 하고 불가피할 때는 법원에 일정 연기를 요청해야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수피리어 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제 LA카운티 지역 시민 2명 중 1명만 배심원 소환에 응했다. LA카운티수피리어코트에 따르면 지난 2016-2017 회계연도에 총 189만3702명에게 배심원 소환 편지가 발송됐다. 이중 96만261명만 소환에 응했다. 반면, 62만1561명은 소환에 불응했다. 나머지 31만1880명은 수취인 불명 등의 이유로 배심원 소환 편지가 배송되지 못했다. 이는 주소지 확인 등을 통해 재발송된다. 가주사법위원회 아이에나 케이지 행정 담당관은 “소환율이 낮다 보니 배심원 선정이나 배심원단의 다양성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며 “학생이나 자영업자라고 해서 배심원 의무 규정을 면제받을 수 없고 법원 서기도 이를 함부로 제외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일단 법원에 출석해서 판사에게 제외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법원에서는 배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소송 적체 현상 심화는 물론 배심원 재판 진행도 더디다. 가주법원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8년 가주 지역내 수피리어 법원에서 진행된 배심원 재판은 총 7616건이었다. 이는 2009년(1만2532건)과 비교하면 무려 40% 가까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LA카운티수피리어법원 블레인 코렌 공보관은 “우리는 커뮤니티 내에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을 배심원단에 포함하길 원한다”며 “가주 법원은 시민들의 스케줄을 감안해 최소 한 번 이상 연기 요청을 허용하고 있으며 배심원으로 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투표’ 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jang.yeol@koreadaily.com

2020-01-29

배심원 제도의 양면 (1) 소환 현장 르포: 가자니 '걱정' 무시하자니 '찜찜'

시민권자의 배심원 의무 및 소환 규정이 강화됐다. 영어 미숙 등으로 인한 제외 요청이 점점 까다로워진다. 소환 편지를 무시했을 경우 곧바로 벌금 통지서가 발송된다. 심지어 전과자에 대한 배심원 의무까지 법제화됐다. 가주에서는 올해 1월부터 중범죄(felony) 전과자(성범죄자·보호관찰자·가석방자는 제외)도 배심원으로 선정할 수 있는 법(SB310)을 시행중이다. 그동안 가주에서 전과자는 배심원에 선정될 수 없었다. 이러한 모든 조치는 참여 및 소환율을 높이기 위한 법원의 방책이다. 최근 본지 기자가 겪은 일을 르포 형식으로 전한다. 새해 벽두 배심원 소환 편지를 받았다. 벌써 스트레스다. 노란 색깔의 편지를 폈더니 1월 넷째 주(21~24일)가 호출 대기 기간이다. 그 기간에는 언제 법원에 불려갈지 모르기 때문에 상시 대기해야 한다. 전날 오후 7시에 매번 웹사이트 또는 법원에 전화를 걸어 소환일을 확인해봐야 한다. 개인 일정부터 확인했다. 법원 호출에 대비, 일 관련된 스케줄도 전부 조정해야 한다. 문득 “배심원 일정을 몇 번 연기 했더니 매달 소환 편지가 날라오더라”는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시민권자에게 배심원은 의무다. 일정 연기를 요청해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어차피 법원의 독촉은 계속될 게 분명하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편지를 받자마자 법원 웹사이트에서 기본 정보를 등록하고 해당 기간에 응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소환 기간이다. 무사히 넘어가나 했는데 결국 23일 다우니 법원에 소환 일정이 잡혔다. 가주 노동법(230조)에 따르면 고용주는 직원의 배심원 출두를 막을 수 없다. 이를 차별하거나 해고 사유로 삼을 수도 없다. 단, 배심원에 소환된 직원에게 임금 지급 여부는 고용주의 재량이다. 일단 랩톱 컴퓨터를 들고 법원으로 향했다. 배심원 대기실에서까지 일을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대기실에는 50여 명이 몰려 있었다. 한 히스패닉 남성이 법원 서기에게 사정을 한다. 언뜻 들어보니 “배심원에 선정되면 일을 못하기 때문에 생계에 지장을 받는다. 면제해달라”는 주장이다. 법원 서기는 “배심원 수당을 준다, 하루에 15달러다. 나중에 판사에게 이야기해보라”며 말을 끊었다. 호출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일을 하는데 결국 내 이름이 불렸다. 법원은 일단 예비 명단에 30여 명 정도를 차출하고 그 중 12명을 배심원으로 선정한다. “점심 후 오후 1시30분 까지 법정으로 오세요.” 자영업자라고 밝힌 한 중년의 남성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푸념을 늘어 놓았다. 그는 “몇 년 전에도 배심원단에 포함된 적이 있는데 무려 일주일 간 법원을 오갔다”며 “배심원 때문에 비즈니스도 지장을 받는다, 빠질 방법은 없으니 제발 차출이 안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푸념이다. 법정에 들어가 우선 순번대로 12명이 배심원석에 올랐다. 판사가 개인에 대한 신상을 일일이 인터뷰했다. 거주지, 누구와 사는지, 체포된 적이 있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법집행기관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등 상세하게 질문을 던진다. 벌써 오후 3시50분. 이렇게 느릿느릿해서 언제 뽑나 하던 찰나였다. “내일 1시30분에 다시 오세요.” 갑자기 짜증이 밀려온다. 내일 다시 오라니 무슨 말인가. 법정 관계자에게 재차 확인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한 여성은 “나는 너무 해보고 싶다. 재판에 직접 참여한다는건 흔하지 않은 경험”이라며 웃는다. 순간 감정을 추스르며 생각했다. "그래, 시민으로서 권리만 누리려 하지 말고, 의무도 다하자.” 다음날 다시 같은 장소. 이번에는 원고(검사) 측과 피고 측 변호인이 배심원 후보 각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해당 소송에 대한 편견 또는 선입견 등이 있는지 알아보는 절차다.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배심원을 추리는 셈이다. 그때 한 여성이 손을 들었다. “저는 미국에 온 지 10년이 채 안됐습니다. 영어가 불편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할 수 있다”며 이 여성을 격려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6명이 걸러졌다. 그러면 다시 예비 명단에서 6명이 차출된다. 결국, 나도 호명이 됐다. 또 다시 같은 질문이 반복되는 선정 절차를 거치는데 또 끝나버렸다. 월요일 오후 1시30분에 다시 오란다.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린다. “도저히 안 된다”고 따지고 싶었지만 법원은 아무런 항변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맡은 일이 마음에 걸려 마음이 더 급해졌다. 어쩔 수 없다. 어디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안 가면 무조건 벌금이다. 27일 다시 법정에 출두했다. 판사 성향을 보니 배심원 제외를 위한 어떠한 방법도 통하지 않는 듯했다. 변호사가 해당 사건을 두고 이것저것 던지는 질문에 차근차근 견해를 밝혔다. 견해를 들은 변호인단은 결국 나를 배심원단에서 제외했다. (아마 피고측에 불리한 견해를 가졌다고 판단한 것 같다.) 만약 배심원단에 포함됐다면 재판이 끝날 때까지 법원을 오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이 말이다. 배지를 반납하니 초록색의 참여 인증서를 주었다. 이 인증서만 있으면 최소 1년은 배심원 소환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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